논문은 현실적 효용성과는 다른 효용성이 있다
- 논문이 기술적/실용적인 글과 다른 점
지난 시간에는 학술적인 글과 기술적/실용적인 글의 공통점을 구성의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공통점을 살펴본 것은 학술적인 글이 자기표현의 산물인 문학적인 글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차이점을 살펴보려는 것은 학술적인 글이 기술적/실용적인 글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학술적인 글의 고유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글 역시 지난 글과 마찬가지로 논의의 편의상 논문과 기업 보고서로 나눠 말씀드리려 합니다.
지난 시간에 TV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하 ‘<미션>’)을 키워드 삼아 논문과 기업 보고서의 주제 및 구조를 설정해봤습니다. 사실 ‘<미션>의 온라인 유통 방안 개발’이란 기업 보고서의 주제는 논문의 주제라 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한류 드라마 유통의 현황 및 확장 가능성을 실제적인 유통 방안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강구하는 것은 논문의 주제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논문과 기업 보고서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 없다면 굳이 논문과 보고서를 구분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여기서 논문과 기업 보고서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논문을 쓰는 목적과 기업 보고서를 쓰는 목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주제가 같아도 글을 쓰는 목적이 다르면 다른 종류의 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 보고서는 해당 기업의 상업적 이해관계에 부합되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효용성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제품/서비스의 구매력을 높이거나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와 달리 논문은 고도의 전문 지식을 담아내고 특정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어떤 주제든 간에 현실과 직접 맞닿아 있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접근한다는 뜻입니다. 현실에 관한 비판적 담론에 가까운 논문은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효용성과는 다른 가치 또는 효용성을 지향합니다.
앞서의 주제를 다시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션>의 온라인 유통 방안 개발’은 기업 보고서의 주제도 논문의 주제도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종류의 글의 특성상 글의 방향과 목적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위의 주제가 기업 보고서의 주제가 될 경우, <미션>의 유통 방안을 다각화함으로써 기업의 해외 진출과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글의 목적이 될 것입니다.
반면 논문 주제가 될 경우, 한류 드라마를 통해 우리나라와 전 세계 간 문화적 소통 (나아가 한국 이미지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궁극적인 글의 목적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주제가 기업 보고서가 아닌 논문의 주제가 될 때 보편성과 객관성이 좀 더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제가 같아도 논문과 기업 보고서는 그 목적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목적이 달라지면 자연히 글의 내용과 결과도 달라지겠지요.
이처럼 현실의 문제에 직접 맞닿아 있으며 기업의 이익에 복무하는 기업 보고서와 달리, 논문은 현실의 문제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으며 특정 이해관계나 이익과 무관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무용하다는 평가를 받을 소지가 있습니다. 이런 평가에는 하나의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즉 논문이 현실적 효용성을 띠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평가라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논문은 근본적으로 현실적·직접적 효용성을 띠거나 특정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는 글이 아닙니다. 논문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가 속해 있는 학술 집단에 중요한 문제 제기를 하거나 학술적 기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사유의 지평이 확장되고 간접적으로나마 현실에 대한 비판적 개입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므로 논문이 기술적/실용적인 글에 비해 현실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초점이 맞지 않는 의미 없는 비판입니다. 시(詩)를 두고 이론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논문의 가치를 평가할 때 현실적·직접적 효용성의 유무에 초점을 둬서는 곤란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논문이 현실을 도외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논문은 반대로 간접적이고 이론적인 파급을 통해 현실에 대한 사유와 개선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깊이 있게 사유하고 개선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인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논문은 현실적 효용성이 아닌 또 다른 효용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깊이 있는 연구와 사유를 통해 현실적 효용성을 도출하는 매개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논문의 목적을 물을 때, 그것은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효용성이 있는가’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사유와 개선에 어떤 긍정적인 매개 역할을 하는가’가 돼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논문은 고도의 전문 지식을 담고 있으며 엄격한 구성/체계를 취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논문을 잘 ‘쓰려면’ 논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어느 정도는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까지 4회에 걸쳐 논문으로 대변되는 학술적인 글에 대한 기본 사항을 정리해본 것은 이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글은 결국 논문 잘 쓰는 법을 말씀드리기 위한 밑밥에 다르지 않습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논문 잘 쓰는 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시간에 계속)
세 줄 요약:
논문과 기업 보고서는 글을 쓰는 목적이 다르다
주제가 같아도 글을 쓰는 목적이 다르면 다른 종류의 글이 될 수 있다
논문은 깊이 있는 연구와 사유를 통해 현실적 효용성을 도출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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