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지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단락 전개 방법을 (1) 화제문의 내용을 되풀이하기, (2) 비교와 대조를 통해 견주어 말하기, (3) 상세한 내용을 덧붙이기, (4) 적절한 실례를 들어주기, (5) 원인을 따지거나 결과를 예측하기 등으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논문 작성에서 단락 전개는 논지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각 단계마다 논증으로 활용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논문은 각각의 단락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단락 사이의 연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서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화제문이 나무의 줄기에 해당한다면 가지와 잎으로 나무의 모습이 제대로 갖추어지도록 하는 것이 단락의 전개라 할 수 있다. 단락의 전개 방식은 표현 방식을 달리해서 화제문의 내용을 되풀이하기, 비교와 대조를 통해 견주어 말하기, 상세한 내용을 덧붙이기, 적절한 실례를 들어주기, 원인을 따지거나 결과를 예측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표현 방식을 달리해서 화제문의 내용을 되풀이하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이 전개 방식은 화제문의 뜻은 살리면서 그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화제문에 어려운 용어나 개념어가 나오는 경우 이를 쉬운 낱말로 풀이하는 것도 포함된다. 핵심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표현 방식을 동원할 수 있다. 다음은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내용인데, 세금을 거둘 때에 쌀보다 돈으로 거두는 것이 백성에게 이익이 된다는 화제문을 앞세우고, 이에 대하여 여러 경우에 걸쳐서 화제문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쌀로 징수하는 것이 돈으로 징수하는 것만 못하다. 본래 쌀로 징수하던 것도 마땅히 돈으로 징수하도록 고쳐야 할 것이다. 곡식은 백성의 농사에서 나오고 돈은 관가의 주조에서 나온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흔히 곡식으로 부과하는 것이 편하고 돈으로 부과하는 것은 불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돈은 액수를 속이기 어려우므로 일단 일정한 금액만 채워놓으면 트집을 잡을 도리가 없다. 쌀은 말질을 마구 하는데다 품질의 등급이 많으므로 좋은 품질을 요구함이 한도가 없으며, 말질하다 떨어뜨린 곡식이 뜰에 가득해도 주울 도리가 없고, 옥처럼 정하게 깎도록 강요해도 하소할 데가 없다. 그런데도 돈으로 바치는 것을 편하지 않다고 하겠는가.
무릇 쌀로 징수하는 고을은 그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니, 쌀 4두에 돈 1냥을 바치게 하면 뒷말이 없을 것이다. 풍년에는 시가가 혹 1냥이 6두가 되기도 하며, 흉년 중에 큰 흉년에는 1냥이 1두밖에 안되기도 한다. 대체로 풍년에는 백성의 힘이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부담이 다소 무겁게 되더라도 백성에게 해독은 없을 것이며, 흉년에는 백성의 정상이 절박하기 때문에 부담이 약간 가벼워져서 유리할 것이니, 돈으로 징수하는 것이 또한 좋지 않겠는가.
곡식으로 징수하면 풍년에 손해가 없다지만 손해가 없는 쪽은 아전들이며, 흉년에도 유리하다지만 그 유리한 쪽은 아전들이다. 아전들을 억제해서 백성들을 비호하고 위쪽을 깎아내어 아래쪽을 보태주는 것은 천하에 통용되는 원칙이다. 돈으로 부과하는 것이 또한 좋지 않겠는가.
돈으로 부과하게 되면 방결(防結)의 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요, 돈으로 부과하게 되면 수송의 노력도 덜 들 것이다. 그리고 일단 구리로 주조된 돈은 조잡하다느니 하는 말이 있을 수 없고, 일단 일정량의 채워진 돈꿰미는 부족하다느니 하는 말이 있을 수 없다. 비록 돈을 마련하기가 곡식을 마련하기보다 힘들지만 백성의 이해는 서로 현격하게 다른 것이다.
(정약용, 『역주 목민심서』Ⅱ)
세금을 부과할 때 직접 생산한 쌀보다 돈으로 세금을 거두는 것이 편리하고 백성들에게 이로울 수 있다는 화제문을 앞에 내세운 뒤에 화제문의 내용을 되풀이하면서 단락을 전개하고 있다. 곡식은 말질을 통해 액수를 속일 수 있지만 돈은 액수를 속이기 어려우므로 편리하며, 풍년과 흉년에 따라 유리하거나 불리함이 있을 수 있지만 풍년에는 힘의 여유가 생기고 흉년에는 부담이 가벼워지니까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곡식으로 거두는 과정에 아전들이 농간을 부릴 수 있으므로 돈으로 거두면 이런 폐단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돈으로 거두면 방결(防結)의 값도 오르지 않고, 수송의 노력도 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방결은 조선 시대에 세무 관리와 아전들이 백성에게 논밭의 세금을 감액하여 주고 기한 전에 받아서 아전들끼리 돌려쓰기도 하고 또는 사사로이 융통하여 쓰기도 하던 일을 가리킨다.
이렇듯 여러 가지 폐단을 막는다는 점에서 비록 곡식을 마련하기보다 돈을 마련하는 일이 힘들지만, 세금 부과는 쌀보다 돈으로 징수하는 것이 편리하고 백성들에게 이롭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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